[은평시민신문] <주치의 일기> 치과 진료실에서의 의사결정
박인필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치과 원장 / 입력 2022.06.16
잇몸병이 심한 환자에게 발치하는 것이 덜 고생스럽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레 “빼는 것이 더 낫다”라고 환자에게 권한 적이 있습니다. 보험 임플란트가 가능한 연령이어서 더 쉽게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분은 잇몸병에 대해 진작 몰랐던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치료해서 쓸 때까지 써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잇몸치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져, 환자와 잇몸병의 원리나 예방법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치료기간 동안 관리 능력도 향상되셔서 3~4개월에 한 번씩 유지관리하기로 약속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4개월 후에 오셔서 “며칠 전에 좀 피곤하더니 그 치아 주변으로 붓더라. 그래서 치간칫솔로 평소보다 더 꼼꼼히 닦았더니 가라앉았다. 자가 치료했다.”고 하셨습니다. ‘진정 잇몸병을 이해하셨구나!’ 싶어 주치의로서 굉장히 뿌듯했고, 무엇보다 잇몸병이 있는 자신의 구강건강 상태의 진짜 주인이 되신 것을 축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우와~잘하셨어요! 그래도 그쪽으로 씹기 싫어질 정도로 불편해지면 반대편 치아를 위해서라도 발치하셔야 합니다. 늦게 뺄수록 뼈이식 가능성이 높아져요. 수술이 고생스러워요~” 하고 사족을 덧붙였지만요.
빼는 것 vs 치료해서 유지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딱! 원장님이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그 치료가 잇몸치료나 신경치료처럼 건강보험적용이 되는 치료일 때는 ‘해보고 안되면 빼지 뭐’ 하는 마음으로 쉽게 결정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치료라는 것이 비보험의 영역에 있을 때는 치료의 가성비와 예상되는 수명 그리고 실패 시 이후의 치료, 그에 따른 위험과 새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복잡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의료진이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환자마다 서로 다른 시간, 경제, 신체적인 자원을 갖고 있고, 치과 치료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나 목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치료한 상태의 치아나 임플란트를 입안에 가지고 일상을 살고, 후속 치료를 받으며 정기적인 관리를 위해 다시 내원하는 의지를 내야 할 사람은 환자 자신입니다. 그래서 치과 진료실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와 의사가 협력하여 ‘의학적 증거’와 ‘환자 개인의 우선순위 및 치료 목표’를 잘 반영하여 합의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을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SDM)이라고 합니다. 치료의 방법이 환자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의료계에서 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진행된 암에 걸린 환자의 치료법을 결정할 때, 고관절 치환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신장 투석의 방법을 결정할 때 등이 그러합니다. 각 치료를 했을 때 장점과 단점,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밝혀진 각 치료의 성공률 등의 객관적인 정보를 문서, 사진, 영상 등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그리고 환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환자의 생활과 욕구를 확인하고, 의료인은 경험과 선호를 바탕으로 치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환자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고민하고 질문하며 이를 바탕으로 함께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환자와 의료인이 함께 책임을 집니다.
치과라면 불확실한 치아를 치료해서 유지할 때와 발치 후 임플란트를 할 때 해당되겠지요. 혹은 발치한 부위를 보철적으로 해결할 때(브리지나 틀니)와 임플란트로 해결할 때도 공유의사결정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치료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더라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관은 가치 있는 것이며 후회 없는 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치료 전, 중, 후 환자 스스로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하여 만족을 증가시키고 걱정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치료의 성공률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환자들일수록 의사결정 갈등이 감소하고, 환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향상되며, 장기적으로 환자의 자기 관리 및 자기효능감 향상에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1)
치료계획 결정 시 궁금하거나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의료진이 나보다 많이 아니까 알아서 잘해주겠지’ 생각하기보다는, 질문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치료의 만족도라는 결과에도 더욱 좋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치과계에는 ‘“원장님이 알아서 잘해주세요”라고 말하는 환자가 돌변하면 가장 무섭다. 그런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큰 케이스의 경우에는 바로 치료에 들어가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고, 친한 사람들과 의논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걸림돌은 상담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 환경이 되는지와 의료인의 의지일 것 같습니다. 상담을 치료 과정으로 보고 인정해주는 수가 체계가 뒷받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1) Journal of Korea Convergence Society. Vol 10. No. 11, p.543~555, 2019.
[은평시민신문] <주치의 일기> 치과 진료실에서의 의사결정
박인필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치과 원장 / 입력 2022.06.16
잇몸병이 심한 환자에게 발치하는 것이 덜 고생스럽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레 “빼는 것이 더 낫다”라고 환자에게 권한 적이 있습니다. 보험 임플란트가 가능한 연령이어서 더 쉽게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분은 잇몸병에 대해 진작 몰랐던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치료해서 쓸 때까지 써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잇몸치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져, 환자와 잇몸병의 원리나 예방법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치료기간 동안 관리 능력도 향상되셔서 3~4개월에 한 번씩 유지관리하기로 약속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4개월 후에 오셔서 “며칠 전에 좀 피곤하더니 그 치아 주변으로 붓더라. 그래서 치간칫솔로 평소보다 더 꼼꼼히 닦았더니 가라앉았다. 자가 치료했다.”고 하셨습니다. ‘진정 잇몸병을 이해하셨구나!’ 싶어 주치의로서 굉장히 뿌듯했고, 무엇보다 잇몸병이 있는 자신의 구강건강 상태의 진짜 주인이 되신 것을 축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우와~잘하셨어요! 그래도 그쪽으로 씹기 싫어질 정도로 불편해지면 반대편 치아를 위해서라도 발치하셔야 합니다. 늦게 뺄수록 뼈이식 가능성이 높아져요. 수술이 고생스러워요~” 하고 사족을 덧붙였지만요.
빼는 것 vs 치료해서 유지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딱! 원장님이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그 치료가 잇몸치료나 신경치료처럼 건강보험적용이 되는 치료일 때는 ‘해보고 안되면 빼지 뭐’ 하는 마음으로 쉽게 결정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치료라는 것이 비보험의 영역에 있을 때는 치료의 가성비와 예상되는 수명 그리고 실패 시 이후의 치료, 그에 따른 위험과 새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복잡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의료진이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환자마다 서로 다른 시간, 경제, 신체적인 자원을 갖고 있고, 치과 치료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나 목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치료한 상태의 치아나 임플란트를 입안에 가지고 일상을 살고, 후속 치료를 받으며 정기적인 관리를 위해 다시 내원하는 의지를 내야 할 사람은 환자 자신입니다. 그래서 치과 진료실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와 의사가 협력하여 ‘의학적 증거’와 ‘환자 개인의 우선순위 및 치료 목표’를 잘 반영하여 합의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을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SDM)이라고 합니다. 치료의 방법이 환자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의료계에서 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진행된 암에 걸린 환자의 치료법을 결정할 때, 고관절 치환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신장 투석의 방법을 결정할 때 등이 그러합니다. 각 치료를 했을 때 장점과 단점,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밝혀진 각 치료의 성공률 등의 객관적인 정보를 문서, 사진, 영상 등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그리고 환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환자의 생활과 욕구를 확인하고, 의료인은 경험과 선호를 바탕으로 치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환자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고민하고 질문하며 이를 바탕으로 함께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환자와 의료인이 함께 책임을 집니다.
치과라면 불확실한 치아를 치료해서 유지할 때와 발치 후 임플란트를 할 때 해당되겠지요. 혹은 발치한 부위를 보철적으로 해결할 때(브리지나 틀니)와 임플란트로 해결할 때도 공유의사결정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치료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더라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관은 가치 있는 것이며 후회 없는 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치료 전, 중, 후 환자 스스로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하여 만족을 증가시키고 걱정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치료의 성공률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환자들일수록 의사결정 갈등이 감소하고, 환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향상되며, 장기적으로 환자의 자기 관리 및 자기효능감 향상에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1)
치료계획 결정 시 궁금하거나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의료진이 나보다 많이 아니까 알아서 잘해주겠지’ 생각하기보다는, 질문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치료의 만족도라는 결과에도 더욱 좋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치과계에는 ‘“원장님이 알아서 잘해주세요”라고 말하는 환자가 돌변하면 가장 무섭다. 그런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큰 케이스의 경우에는 바로 치료에 들어가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고, 친한 사람들과 의논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걸림돌은 상담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 환경이 되는지와 의료인의 의지일 것 같습니다. 상담을 치료 과정으로 보고 인정해주는 수가 체계가 뒷받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1) Journal of Korea Convergence Society. Vol 10. No. 11, p.543~555,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