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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은평시민신문] <주치의 일기> 지역사회 의료, 간호법이 끝이 아니다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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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살림재택의료센터 방문간호사 / 입력 2023.7.10


조금 시기가 지나긴 했지만 얼마 전 ‘간호법 제정’으로 여러 논쟁이 오갔다. 결국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서 최종적으로 폐기되었다. 이것이 적합하였는지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뒤로하더라도 의료협동조합에서 그리고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의 입장에서 지역사회에서 ‘간호법’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이 논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간호법이 도대체 뭔데?’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간호법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도 이 개념은 상당히 혼재되어 있다. 간호법은 간호의 질 향상,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이며 간호의 영역이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 확대됨에 따라 기존 의료법에 포괄될 수 없는 부분을 정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취지에 비해 실제 법안에 담긴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다. 조항의 상당수가 의료법에서 ‘간호’에 관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온 것임에도 다른 직역들과 주로 논쟁이 되는 부분은 간호법 1조에 담긴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이다. ‘지역사회’의 영역을 간호사가 독점하려고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논쟁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주목받는 이유는 의료와 간호의 영역이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방문을 다니다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방문 의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시설에 입원하면 면회도 못 하고 쓸쓸히 돌아가실까 봐, 믿을 만한 시설이 없어 시설에서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할까 봐 혹은 경제적인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을 많이 뵙는다. 이런 분들은 주로 연세가 많고 거동이 어렵고 여러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아 의료적 개입이 꼭 필요하지만,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오히려 의료서비스에 접근하기 더 어렵다. 지역 내에 방문 의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고, 보호자로서는 원래 다니던 병원에 환자를 모시고 가지 못하기 때문에 몇 년 동안 똑같은 약을 대리처방하여 받아오시게 된다. 


방문을 가서 처음 환자분을 만나보면 병원에 갈 수 없으니 대부분 상태에 따라 약물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해 너무 많은 약을 드시고 있거나 이외에도 식사, 건강 습관 등 여러 방면에서 개입이 필요하다. 이런 의료간극을 방문간호, 방문요양 등 방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들이 채우며 근근이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사회 내 의료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보자면 간호법을 단순히 직역 간의 갈등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의료 시스템의 부재’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호법은 폐기되었지만, 간호법 1조에 있는 내용을 조금 바꾸어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의료/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취지의 시스템은 어떤 형태로든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간호법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고 하면 앞으로의 문제해결은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간호사로서 하고 있는 일들은 많지만 수요에 비해 상급 교육과정의 기회는 적고 방문하여 수행하는 행위에 대한 근거와 이에 대한 보상은 부족하다.


적절한 교육과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사회 간호사들은 안전 문제, 권한과 책임 문제 등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개선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지역사회는 간호사 외에도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 많은 직종이 같이 협력하며 일하고 있다.


그리고 간호사뿐만 아니라 방문을 하는 모든 직종이라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직종이 다르기에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각자 반대만 외치고 있는 상황이 지역사회 의료를 나아지게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말이다. 논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조금 더 앞당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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