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 살림

2021[은평시민신문] <주치의 일기> 종종 놓치는 충수돌기염

2025-12-29
조회수 338

기사 클릭👆 [은평시민신문] <주치의 일기>  종종 놓치는 충수돌기염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 입력 2021.3.16


며칠 동안 지속된 복통으로 오신 분이었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좀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고 하셨어요. 장이 움직이는 소리가 조금 줄어 있어서 배를 이곳저곳 눌러 보았더니, 오른쪽 아랫배를 누를 때 약간 움찔하는 통증이 있었습니다.


“혹시 맹장염(충수돌기염)일 지도 모르니, 응급실에 가서 CT를 찍어보는 게 좋겠어요.”


“어, 맹장염이요? 저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은데요.”


“맹장염이 사실 아주 많이 아프지 않은 경우도 꽤 있어요. ‘수술하려고 보니까 터지기 직전이었다, 이미 복막염으로 진행했다’ 이런 얘기들 들어보신 적 있죠? 맹장염이 통증이 너무 심하면 사실 터지기 직전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죠. 복막염으로 진행해서 터지는 이유가 맹장염으로 인한 통증이 아주 심하지 않은 분들이 꽤 계시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난번에도 배 아플 때 맹장염 아닌지 보라고 들었는데, 그땐 그냥 잘 나았거든요. 이번에도 그냥 단순히 배가 아픈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맹장염, 그러니까 충수돌기염은 의사들에게는 정말 놓치기 쉬운, 오진하기 쉬운 질환입니다. CT가 없던 시절에는 더욱 그랬다고 하고, 지금도 초음파나 CT를 해도 종종 놓치기도 하는 질환입니다. 위의 환자분은 당일 응급실에 가서 CT를 찍고선 충수돌기염이 아니니 집에 가도 된다고 들었다가, 2일이 지난 후 CT를 다시 판독하니 충수돌기의 끝에 염증이 있는 Tip Appendicitis(팁아뻬)라며 다시 수술을 받으러 오라는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제가 인턴이나 전공의로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는 것을 본 적도 두어 번 있고, 저도 배가 아프신 분께 초음파 검사까지 해보고도 이 팁아뻬를 놓친 적이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느 의사건 어느 진료실에서건 배가 아파서 오신 환자분들께 충수돌기염일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런 일들을 자주 겪다 보니, 어떤 환자분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또 맹장염 얘기야. 맨날 배 아프면 맹장염일 수 있대. 의사들은 맹장염밖에 모르나.’


속이 잡아 뜯는 것처럼 쓰리거나 부글부글거리거나 쉴 새 없이 설사를 하는 등 많이 아픈 경우보다, 뭔지 모르게 속이 불편하고 애매할 때가 오히려 충수돌기염인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은 통증이 심하지 않은데, 의사들이 ‘배가 계속 아프면 응급실 가셔야 하고, CT 찍어보셔야 하고, 만약 맹장염이면 수술해야 할 수 있고…’ 하면서 심각하게 경고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통증의 정도와 질환의 심각성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종종 놓쳐지는 병들은 그만큼 흔하고 또 통증이 심하지 않은 특성들이 있으니까요.


0 0